"엄마, 우리도 불꽃놀이 보러 가자" 🎆 365일 불 밝히던 모녀 사장님의 첫 외출
호봉골수육식당 사장님이 보내주신 사연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사장님의 목소리로 정리했습니다.
"엄마, 우리도 불꽃놀이 언젠가 직접 보러 가자."
제가 몇 년째 하는 말입니다. 그때마다 엄마 대답은 똑같았어요.
"가게는 어떡하고."
스물일곱에,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서른이고, 스물일곱에 처음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피자집이었어요.
장소는 일부러 멀리 골랐습니다. 친구도 가족도 없는 곳으로요. 엄마가 오래 장사를 하셨거든요. 그 밑에서 배우는 것도 방법이었겠지만, 저는 제 힘으로도 뭔가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고는 그 어린 나이에 혼자 365일 가게를 지켰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아직 내 역량이 여기까지구나.
그렇게 엄마한테 돌아왔습니다.
돌아온다는 게 지는 것 같아서 한참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돌아온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긴 거였습니다. 지금은 엄마 가게 바로 옆에서 다시 장사를 하고 있으니까요.
낮에는 제 국밥집, 밤에는 엄마 호프집
저는 국밥집, 엄마는 바로 옆에서 호프집을 하세요. 손님들이 이걸 되게 재밌어하십니다. 낮에 밥 드시러 왔다가 밤에 술 드시러 또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낮에 제 가게 불이 켜지고, 해가 지면 엄마 가게에 불이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이 골목에서 저희 둘의 불이 동시에 꺼진 날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게는 어떡하고." 늘 여기서 끝났어요
타지에서 돌아와서 지금 가게를 준비하던 해였습니다. 엄마 가게 TV에서 불꽃축제 생중계를 하고 있었어요. 둘이 그걸 보다가 제가 말했습니다. "엄마, 우리도 언젠가 직접 보러 가자."
돌아온 대답이 "가게는 어떡하고." 였습니다.
싫다는 뜻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냥 엄마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그거니까요. 저도 똑같습니다.
하루 문 닫으면 그날 매출은 없고, 오시던 손님은 헛걸음하시고, 빈 가게는 누가 보나 싶고. 그래서 '가고 싶다'보다 '가게는 어떡하고'가 먼저 나옵니다.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건 따로 있었어요
올해 키퍼에서 불꽃축제 티켓 이벤트를 한다는 걸 봤습니다. 사연을 썼어요.
쓰면서 저도 좀 놀랐던 게, 마지막에 제가 적은 문장이 이거였습니다.
"제 가게와, 엄마 가게 문 앞 팻말에 나란히 불꽃축제 보러 간다고 자랑하고 싶어요!!"
축제를 보고 싶다는 것보다, 문 앞에 그걸 붙여놓고 싶었던 겁니다.
며칠 뒤에 이런 메시지를 받았어요.
"365일 불을 밝혀온 두 사장님께, 가게 걱정 없는 하루를 선물합니다." — Keeper
그래서 팻말을 걸었습니다. 장사 시작하고 처음으로
제 가게 문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엄마랑 불꽃축제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가게 문에는
"딸이랑 불꽃축제 다녀오겠습니다!"
인쇄해서 붙일까 하다가 그냥 손으로 썼어요. '불꽃축제' 네 글자는 형광펜으로 칠했고요. 쓰면서 좀 웃겼습니다. 휴무 안내를 이렇게 신나게 써본 게 처음이라서요.
그 옆에 한 장을 더 붙였습니다
"9월 6일(일) 정상영업 11:00~22:00"
하루만 쉬고 다음 날은 평소대로 연다는 안내였어요. 이건 안 붙일 수가 없더라고요. 내일 오실 손님이 괜히 헛걸음하시면 안 되니까요.
몇 년 만에 겨우 하루 쉬면서도 이런 걸 쓰고 있는 제가 좀 웃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사장님들은 아실 거예요. 이게 잘 안 놓아집니다.
화면이 아니라, 눈앞에서
9월 5일 토요일 여의도였습니다. 엄마랑 나란히 앉았어요.
가게 안 작은 TV 화면이 아니라, 진짜 밤하늘의 불꽃을 드디어 엄마와 봤습니다.
'드디어'라는 말을 쓰게 될 줄 몰랐는데, 그 말밖에 안 떠오르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쉬는 날에도 늘 매장 걱정뿐이었어요. 몸만 밖에 나와 있지 머릿속은 계속 가게에 있고요.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고요.
그게 몇 분 안 됐을 텐데, 그 몇 분 때문에 사연을 썼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저희는 11시에 문을 열었습니다
안내문에 쓴 대로요.
달라진 건 없어요. 여전히 낮에는 제 가게, 밤에는 엄마 가게고, 둘의 불이 동시에 꺼지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한 번 해봤다는 게 크더라고요. 다음엔 조금 덜 망설일 것 같습니다.
혹시 저처럼 "가게는 어떡하고"에서 매번 멈추시는 분들 계시면, 팻말 한 장 써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생각보다 손님들도 웃으면서 봐주십니다.
사장님은 팻말에 뭐라고 쓰시겠어요
"○○ 다녀오겠습니다" 뒤에 쓰고 싶은 말, 하나쯤 있으실 겁니다. 그거 쓰실 수 있게 가게 보는 일은 키퍼가 맡겠습니다.